

일정:2025년 7월 27일 ~ 8월 3일
장소: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기사:[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연극 ‘아르카디아’(7월 27일~8월 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는 인간의 지성과 감정을 자극하는 과학과 예술을 연결하면서, 연극의 구조를 물리학적인 시선에서 풀어낸 철학적인 작품이다.
김연민 연출이 번역과 연출을 동시에 맡아 영국 작가 톰 스토파드의 희곡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재해석했다. 강애심, 정승길, 김소진, 정원조 등 무대와 매체를 누비며 활약 중인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로 작지만 깊은 작품이 탄생했다.
19세기 영국 시골 대저택 ‘시들리 파크’를 배경으로 한 ‘아르카디아’는 수학과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불태우는 천재소녀 토마시나의 이야기다. 작품은 수 세기가 흐른 뒤 동일한 공간에서 후대 연구자들이 과거의 토마시나 흔적을 추적하며 숨겨진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과정을 교차해 보여준다.
뛰어난 서사 구조와 입체적인 인물 설정으로 과학과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동시에 선사한다. 2시간 10분간 철학적 사유를 따라가다보면 머릿 속은 복잡하지만, 비밀을 하나씩 풀어갈수록 몰입감과 지적 즐거움이 상승한다. 과거와 현재의 인물, 사건들이 서로 얽히는 과정은 모든 것이 결국 연결돼 있다는 걸 보여준다. 존재와 우주의 본질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일정:2025년 6월 20일 ~ 6월29일
장소:서울씨어터 202
기사:[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인 ‘장소’(6월 20~29일, 서울씨어터 202, 극단 불의 전차)는 변영진 연출이 그간 여러 자이니치(재일한국인) 소재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축적해온 테크닉과 내공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장소’의 배경은 1989년 오사카의 조선고급학교다. 광복 후 일본과 한국, 북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조선인’ 무국적자들이 다니는 학교다. 연극은 대대로 싸움을 잘하는 학교로 유명한 이 학교에 남학생 현장소가 입학해 벌어지는 학교생활을 담는다. 자이니치라서 받는 사회적 차별과 통제에 싸움의 기술과 연대로 맞선 조선학교 학생들의 우정, 사랑, 성장을 담았다.
집단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배우들의 앙상블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조선학교의 공간으로, 때로는 오사카 지하철 내부로 변화시킨다. 격투 장면들은 누아르,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시각적 허술함이 없으며, 조명과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활용해 집단적 리듬과 감정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정신, 피도 눈물도 없는 싸움의 기술로 뜨거운 민족성을 희곡으로 토해낸 작가적 기억의 서사다.


일정:2025년 3월 18일~4월 13일
장소:모두예술극장
기사:[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연극 ‘젤리피쉬’(2025년 3월 18일~4월 13일 모두예술극장)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작품의 소재로만 다루고 대변했던 단계를 넘어, 장애인을 바장애인과 똑같은 예술창작자로서 인정하는 태도와 가치를 무대에 구현했다.
영국의 극작가 벤 웨더릴의 희곡이 원작으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 제작해 민새롬이 연출했다. 원작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의 삶과 사랑, 자립을 향한 열망을 현실적이고도 섬세하게 담아내 주목받았다. 장애 예술의 경계를 넓힌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다운증후군을 지닌 배우 백지윤이 주인공 ‘켈리’ 역을 맡아 대사를 넘어선 눈빛, 몸짓으로 깊이 있는 감정선을 표현했다.
켈리를 둘러싼 인물들 간 미묘한 감정적 변화와 파동을 섬세히 그린 다른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앙상블이 완성도를 더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들이 모여 2시간이 넘는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 겪었을 난관과 시행착오는 감히 헤아릴 수 없다. 매 공연이 기적이었을 이 작품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거쳐 연결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묻는다. 접근성과 다양성, 포용을 고려한 개방형의 무대와 객석이 작품의 메시지에 더해 ‘모두를 위한 예술’의 미덕을 실천한다.

일정:2025년 3월 27일~4월 6일
장소: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기사:[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극단 코너스톤의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3월 27일~4월 6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우리나라의 전통 윷놀이로 삶과 죽음,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무대에서 펼치는 윷판을 통해 죽음에서 삶으로, 인생의 고뇌와 갈등을 경험한 뒤 다시 죽음으로 이어지는, 윤회하는 삶의 이치를 풀어낸다. 윤조병 작가의 ‘윷놀이’를 이철희 연출이 재창작해 연출했다. 별다른 사건과 갈등 없이 한 판의 윷놀이를 전개한다. 정해진 판 위에서 말을 움직이며 진행하는 윷놀이는 삶의 구조를 상징한다.
‘도’, ‘개’, ‘걸’, ‘윷’, ‘모’, ‘빽도’ 등 알 수 없는 변수들 속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아가는 판 위의 말들은 타인과 함께 불확실한 세상에 던져진 채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간 삶 희로애락의 모형이다. 군더더기 없이 단출한 무대 세트, 느려터진 충청도식 화법, 서두르지 않는 배우들의 움직임. 이철희 특유 느림의 연출 미학은 이 연극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우면서, 자연스럽고 편안한 매력을 더한다.
모아지고 흩어지는 윷가락 같은 인생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찰나의 감정을 극적인 몸짓과 표정으로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 놀이성을 강조한 퍼포먼스가 시각적 몰입을 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