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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아이유 노래에 춤추는 춘향이…실험정신 빛났다

[문화대상 이 작품] 아이유 노래에 춤추는 춘향이…실험정신 빛났다

- 국립무용단 "춘상"
한국창작 무용 선구자 배정혜 안무가 작품
현대인의 정서에 걸맞은 젊은 춤 시도

[최태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국립무용단의 ‘춘상’(9월 21~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호불호가 나뉘는 작품이다. 그러나 국립무용단의 실험정신과 변신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의미가 크다.

안무를 맡은 배정혜(73) 안무가는 1986년 국립국악원 상임안무가, 1989년 서울시립무용단 단장, 2000년 국립무용단 단장 등 3대 단체장을 석권한 유일한 무용인이다. 숙명여대 국문과 출신으로 4세 때부터 춤을 시작해 실험적인 한국창작무용을 주도해온 선구자다.

작품은 ‘춘향전’을 모티브로 한다. 배 안무가는 ‘춘향전’의 줄거리를 모르는 외국인도 쉽게 즐길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움직임으로 접근했다. 배 안무가는 2002년 국립무용단장 재직 당시 ‘춤, 춘향’을 안무해 국립무용단 레퍼토리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다시 ‘춘상’으로 춘향을 재해석해 같은 콘텐츠를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창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물론 이 작업에는 정구호 연출의 조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정 연출은 기존 ‘춘향전’의 이야기를 현대적인 무대기법으로 처리했다.

무엇보다 1962년 창단 이후 55년동안 한국무용의 구심점이었던 국립무용단이 현대인들의 정서에 걸맞게 젊은 춤을 시도한다는 의미가 각별하다. ‘춘상’은 역동적이고 실험적인 동작으로 한국 창작춤의 맥을 이어온 안무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무대였다.

이 작품은 봄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념이 ‘축제·만남·환희·갈등·이별·좌절·재회·언약’의 8개 장면으로 표현돼 있다. 춤 동작의 다양한 구성에 빠져들다 보면 진부한 ‘춘향전’ 이야기는 찾을 수 없다. 유학을 가는 몽룡을 공항 장면에 배치한 설정에서도 이 시대 젊은이의 고민을 다루는 작품의 지향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무대도 단순하다. 흑과 백 위주로 미니멀하게 구성한 계단식 무대장치를 배경으로 하얀 의상의 무용수들이 기존 한국 춤사위를 벗어난 현대적인 동작을 보여준다. 한국 창작무용을 표방해온 국립무용단으로서는 파격적일 만큼 음악도 현대적이다. 주로 재즈와 발라드 풍의 대중음악을 이용했다. 배 안무가는 가요 ‘헤이 베’(Hey Bae, 정기고), ‘우주를 줄게’(볼빨간사춘기), ‘이 지금’(아이유) 등 100여 곡의 가요 중 춤곡으로 사용될만한 노래를 고르느라 고심했다는 후문이 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선 음악이 큰 역할을 한다.

배 안무가 특유의 과감한 몸짓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신체의 선이 드러나는 단순한 디자인의 의상과 ‘댄스컬’처럼 노래가 담긴 음악들이 빚어내는 애절함은 감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작품의 완성도와 예술성보다는 국립무용단의 과감한 변신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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